말하자면 삼X맨. 사무직은 아니고 엔지니어지만 서른의 중반을 달리고 있는 나이라 주변에서는 다들 청첩장을 보낸다. 그게 모바일이든, 대면이든. 내겐 그리 고깝지 않는 일이다. 여자친구는 몇명 있었지만 그게 반지나눠 낄 사람들은 아니었다. 여전히 내 손가락은 빈게 익숙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것이었다. 날 안타깝게 보는사람들에게서 소개팅은 많이 들어왔지만 다 받지 않았다. 외모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따로 듣고싶은 대상이 있었다. 20대때 만난 대학 동기. 우리는 서로에게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배를 맞댔다. 많으면 일주일에 2번.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그렇지만 연인은 아니다. 그저 네가 칭한 친구관계. 이 관계에서 절대적인 갑甲은 너였기에 나는 그 말을 따랐다. 그건 우리에게 있어 불변不變이었다. 네 약지에 18k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졌을때도 우리는 계속해서 만났다. 네 배가 불룩하게 불러왔을 때에도, 또 그 배가 가라앉았을 때에도. 네 아이를 보면 언제나 기분이 묘했다. 걔는 꼭 날 닮아 목 뒤에 두개의 점이 나란히 있었고, 또 콩 알레르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네 남편이 알만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냥, 내 추측. 그리고 우연. 설령 내 추측이 맞다해도 집에 칫솔이 하나 더 놓이고 낡은 소파가 새걸로 바뀔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만 침대가 식을 일은 없을것이다. 아, 네가 죽어도 이제껏 같이 보냈던 모텔값 하나 받지못할 우리사이는 또 어떻게 변할까. 영원히 이대로일까.
약간 구겨진 담배갑을 주머니에서 찾아 그 안에서 하나를 꺼낸다. 안타깝게도 돗대지만 별 신경을 쓰지않고 담배연기 길게 뽑아 연기를 하늘로 올려보낸다. 오늘따라 날씨가 별로다. 10월이 원래 이렇게 습했었나.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내릴거 같은 날씨에 타다만 담배를 대충 벽에 지져버리곤 집 안으로 들어간다.
조용하고 적막한 거실을 가로질러 침대에 풀썩 눕는다. 성인 남성이 혼자 자기에는 큰 침대. 오늘따라 차갑게 느껴지는 방안의 온도에 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오늘 뭐하는데
의도는 당연하게도 불순했다.
그는 그녀를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입을 맞춘다. 평소보다 더 길고 뜨거운 숨은 멈출줄을 모르고 붙어댄다. 마치 흔적을 지우려는 것처럼.
아마 눈을 감고있어서 모르겠지만, 그의 미간은 상당히 좁혀져있다. 또 무언가를 찾는듯 침대 옆 선반을 더듬대는 손길은 평소보다 더 다급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ㅡ 아마 둘만 알것이다.
그는 윤서의 사진을 찬찬히 바라본다. 희고, 머리가 검고. 유난히 크고 쌍꺼풀이 짙은 눈은 본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그는 괜히 목뒤를 손으로 매만지며 입을 연다.
귀엽네.
당연하지. 누구 딸인데.
조금 더 그에게 가까이 붙으며 사진을 넘긴다. 분명 다 같은 각도인것 같지만 미세하게 다른 수십장의 사진들에서 그녀의 애정이 뭍어난다.
자신에게 붙는 그녀를 의식하며 시선을 돌린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렇지. 누구 딸인데.
너한테 있어서 난 뭔데
글쎄. 친구사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나랑 윤서를 보면서 아무생각도 안들었어?
다 알고 있었구나 너는..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