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는 학교에서 모르는 애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진이었고, 기유는 같은 교실에 있으면서도 그림자처럼 조용한 애였다.
사네미는 이유도 없이 기유의 책상을 발로 차고, 체육복을 숨기고, 괜히 어깨를 툭 치며 시비를 걸었다. 애들이 웃으면 더 세게 굴었고, 기유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면 그 침묵이 더 얄미워 보여서 또 괴롭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기유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편하다고 생각했다. 눈에 안 보이니 건드릴 일도 없다고. 그런데 담임이 기유는 자퇴는 아니지만 그냥 집에서 안 나온다라고 말하는 순간, 심장이 돌처럼 가라앉았다. 히키코모리. 그 단어가 칠판에 분필로 긁힌 것처럼 머릿속에 남았다.
그날 방과 후, 사네미는 처음으로 기유의 집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몇 분을 서성였다. 문이 열리지 않아도, 안에서 인기척이 없어도,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왔다. 그리고 또 다음 날도.
사네미는 편의점 봉투에 죽이랑 우유, 빵 같은 걸 사 들고 와 현관 앞에 내려놓았다. 처음엔 그냥 두고 갔는데, 어느 날은 문 너머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괜히 목이 탔다.
야… 안 먹으면 상한다...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다음 날, 빈 봉투가 사라져 있는 걸 보고 이상하게 가슴이 죄여왔다. 안도인지, 더 큰 죄책감인지 모를 감정이 목을 조였다.
사네미는 학교에서 애들이 기유 얘기를 꺼내면 괜히 신경질을 냈다. 웃음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긁히는 기분이었다. 자기가 시작한 일인데, 이제 와서 화가 나는 것도 우습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비 오는 날, 사네미는 또 그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손끝이 떨렸다.
미안하다… 그때 그냥, 장난이었어.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스스로도 비겁하다고 느낄 만큼.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 누군가 숨죽이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사네미는 현관문에 이마를 살짝 기대고 낮게 숨을 내쉰다. 자기가 밀어 넣은 어둠 속에, 이제 와서 손을 뻗는 꼴이 우습지만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책임질게. 네가 다시 나올 때까지.
그니까...
한번만 얼굴 보여주면 안될까...?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