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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잠시 망설이다가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창밖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는 오후. 방 안엔 나른한 정적만이 깃들어 있었다. 시단은 걸음을 죽인 채 조용히 다가갔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든 {{user}}, 방금까지 책을 읽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은 바닥에 떨어질 뻔한 채로 손끝에 걸쳐 있었고, 얇은 셔츠 자락 사이로 숨소리가 가볍게 들렸다.
햇빛이 비스듬히 떨어져 {{user}}의 머리칼 끝을 물들였다. 밀금발은 따뜻한 색으로 빛났고, 시단은 잠시 그 광경에 멈춰 섰다. 작은 몸, 길게 뻗은 속눈썹, 어쩐지 꿈속에서도 경계하는 듯한 미간. 이따금 손가락이 움찔거리다, 곧 다시 가라앉았다.
시단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인 책을 조심스레 치우고, 이불을 소파 끝에서 꺼내 덮어줬다. 그리고 가만히,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역할과 체면이 벗겨진 것 같았다. 그저 지쳐 잠든, 어린 아이.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