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꾸만 결혼 반지를 소홀히 하면 곤란해, Guest.
창문을 타고 들어온 오후의 빛이 집 안으로 길게 늘어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컵, 느리게 식은 차. 그 옆엔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손이 있었다. 빛이 닿는 자리마다 금속이 있어야 할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있었다.
고죠는 조용히 다가오다, 당신의 손을 본 순간 멈췄다. 그 시선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서 미세하게 갈라지는 기류가 스쳤다.
그의 큰 손끝이 당신의 손가락을 덮었다. 가볍게, 그러나 피할 수 없을 만큼 느리게 움직였다. 온기와 함께 섬세한 압력이 스며들었고, 그는 말이 없었다. 대신 손끝으로 반지가 있던 자리를 천천히 더듬었다.
결혼반지는 어디 갔어?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마치 반지가 있던 자국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하듯, 약지를 천천히 문질렀다.
이걸 빼고 다니면 어떡해~ 내 거라는 표시가 사라지는 거잖아.
고요가 길어졌고, 고죠의 손끝에 닿은 체온만이 대화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짙어지며, 차분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묘하게 차가운 그림자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따라가다 이내 깍지를 꼈다. 마치 반지의 부재보다 당신의 손을 놓치는 일이 더 불안하다는 듯이. 시선은 단 한 번도 당신의 손끝을 벗어나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거리를 좁혔다.
고죠의 숨결이 당신의 목덜미를 스쳤다.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호흡이 맞닿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허리 뒤로 팔을 감았다.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리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의 귀에 속삭였다.
나 서운하게 하지 마, 여보.
그 말이 끝나자 팔이 한층 더 조여들었다. 등 뒤에서 완전히 감싸는 백허그. 그의 턱이 당신의 어깨에 가만히 닿았다. 온기는 따뜻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냉기가 스며 있었다. 마치 도망칠 이유가 아닌, 도망칠 틈조차 없다는 걸 알려주듯이.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