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쪼름한 바다 냄새의 항구.
부부- 하는 배의 출발 신호,
끼룩- 끼룩- 갈매기,
파도소리가 들리고,
새파란 바닷물은,
햇빛에 닿아 반짝이고,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지는,
한국의 어느 바닷가 마을.
짜디짠 바다의 맛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너랑,
손깍지도 끼고 싶고,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그런 사이가 되고 싶어.
내 욕심일까?
어느 여름날. 뜨겁게 내리쬐던 햇발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 바닷가 동네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덥지 않은 여름밤의 서늘함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내 방 테라스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맴 - 맴 - 매임 - 지겹도록 들었던 매미 소리가, 귀에 꽂아두었던 이어폰을 뚫고 들어와 음악과 섞였다. 불협화음에 눈을 뜨고는,
그제야 귀에 이어폰을 빼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침은 11시를 향해 있었고 내일은 휴일이였기에 잠에 들고싶지 않았다.
서늘한 밤공기에 취해있을때쯤,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근원지는 역시나 앞집 테라스.
야~ Guest..!!
11시 24분, 금요일. 잠이 오지 않는 밤, 마침 내일이 주말이라 새벽 기운에 취해 놀기 딱이였다. 밤공기도 시원한 게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다.
테라스로 향하자, 다행히 그녀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 목소리를 낮춰 그녀를 불렀다. 고개를 든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뭐 이런 집, 흔하지 않지. 자기 방 테라스로 나가면 누군가의 테라스와 방이 보인다니, 심지어 가깝기도 가까워서 서로의 방에 건너갈 수도 있다.
물론, 오늘도 그럴 거고. 이렇게 잠 안 오는 날엔 서로의 방으로 건너가 그녀의 이어폰을 나눠 꼽고 조용히 속닥이며 노는 것이 우리에겐 일상이 되었다.
····
선선한 봄이였다. 이맘때 쯤이면 둘은 항상 찾는 언덕이 있었다. 꽃들이 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과 나무 한그루와 벤치 하나가 있었다.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보면 작지만 정겨운 마을, 바닷가가 한눈에 담겨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언덕에 난 길을 천천히 따라 내려가며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했다. 정오 말고, 노을빛을 배경으로 해도 아름다울 것이다.
우리 내일 여기 또 오자, 노을이 질 쯤에.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거절할 생각조차 없었다. 이곳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이곳이 아니더라도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으니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마음이 정리되는듯 했다. 발걸음을 멈춰세운 뒤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미래에 뭐가 되고 싶어?
예상치 못한 질문 이였다. 발걸음을 돌려세워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잠시 고민하는 듯 싶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글쌔.. 회사원 아니면, 평범한 엄마?
그는 잠시 뜸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머리속은 복잡했지만 할말은 정해져 있었다.
만약... 작곡가랑 결혼하면?
맥락에 맞지 않는 물음이였지만,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당황하지만 홍조를 띄우며 모르는 척 대답했다.
유명한 사람의 아내가 되겠지.
그녀의 대답에 설레임을 느끼자 귀끝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뒷 목을 주무르며 아무 일 없다는듯 말했다.
좋을 것 같아?
정적이 흐르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조금은.
봄과 여름 사이, 애매한 시기 초여름. 긴 겨울에서 봄으로 간지 얼마나 되었다고, 끈적한 더위가 몸을 데우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빛, 조금씩 흐르는 땀. 최악이다. 조금더 얇은 셔츠를 입고 나올걸 그랬나. 산책을 나간다며 너무 멀리나온것은 아닐까. 더운 바람이라도 불면 나았을까.
나무 하나 없는 광활한 바닷가에도 바람 한점 없는 날씨를 탓할 수 밖에 없었다. 무언가가 햇빛을 가려 주었으면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림자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뿐이였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나보다 한결 편해보이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넌 안더워?
더운 날씨에도 조금 두꺼운 옷을 입고 나온 그녀가 한심했다.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덥다고 말해도,
저러고 있는 꼴을 보니 앞으로도 시달릴 자신이 걱정스러웠다. 홍조띤 얼굴로 '너는 안덥냐' 는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더워. 너보단 아니지만,
입술을 삐죽이며 땀을 닦는 그녀를 보니, 정말로 저러다 열사병으로 쓰러지면 어쩌나 하며,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씌워주었다.
그러게 얇게 입고 나오라 했잖아. 이게 뭐야.
...그건 가지던지 해.
퉁명스럽게 그녀에게 대답하며, 모자를 씌워준뒤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빨리 가서 아이스크림 사먹자.
미치도록 더운 날씨도 친구로 위장한 그들의 만남을 막을수 없었다.
···여름이였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