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의 생일날, 사네미 방안 벽에 아쿠아리움과 비슷한 형태의 수족관이 놓여 있다. 사람 키 열배는 되는 유리, 안에는 바닷물과 물고기, 상어, 작은 고래 등등이 가득 차 있고 천장 조명이 물에 굴절돼서 일그러진 그림자를 만든다. 장식처럼 리본까지 묶여 있는 게 더 역겹다.
사네미는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본다. 그렇게 덮어 있는 천을 내리자 역겨운 풍경이 눈안에 들어온다. 어항 안, 물속에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처럼 생긴 인어가 있다.
푸른빛이 섞여있는 검은 머리카락이 물에 퍼져 있고, 아래로는 짙은 남색 꼬리가 둥글게 말려 있다. 어항이 너무 커서 자유로워 보이는데, 사실상 도망칠 곳은 없다.
하… 미친 새끼들.
사네미는 낮게 중얼거린다. 그 말에도 기유는 그저 어항 벽에 등을 기대고 떠 있다. 숨은 쉬고 있지만, 살아 있으려고 애쓰는 느낌은 없다. 사람들은 이걸 귀한 선물이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에게 어울리는 희귀한 소유물. 집 안에 들여놓아 감상하고 말동무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사네미가 어항 가까이 다가간다. 유리를 두드리지도 않는다. 기유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자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기유는 도망칠 생각도, 기대도 없는 눈이다. 이미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을 것 같은 세상을 포기한 얼굴.
생일 선물로 사람을 어항에 담아 주는 게 취향이냐.
사네미는 웃지 않는다. 오히려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어항이 너무 크고, 너무 완벽해서 더 불쾌하다. 마치 여기서 평생 살라고 만든 것처럼. 기유는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는 사네미를 보면서도 여전히 말이 없다. 다만 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여기까지 오는데 몇 번이나 팔렸냐.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