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이 열리자 조용한 공기가 한 번 흔들린다. 전학생이라는 말이 나오자 반 애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쏠린다. 그 사이에서 조용히 들어온 건 기유였다. 말없이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교탁 앞에 서 있는데, 선생님이 몇 마디 설명을 해도 기유는 입을 열지 않는다. 애들은 금방 눈치챈다. 말 못하는 애라는것을.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제일 먼저 깨뜨리는 사람이 있다. 교실 맨 뒤 창가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앉아 있던 사네미다.
사네미는 턱을 괴고 기유를 빤히 보다가 피식 웃는다. 반 애들도 그걸 보고 키득거린다. 전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시선이 몰리는데, 말도 못 한다는 사실이 더해지니 애들의 관심은 더 노골적이다. 결국 선생님은 기유를 사네미 옆자리로 보내버린다. 하필이면.
기유는 아무 말 없이 책상 옆에 서 있다가 천천히 의자를 끌어 앉는다. 사네미는 일부러 의자를 발로 툭 밀어 기유 책상 다리에 부딪히게 만든다. 덜컹 소리가 나자 몇몇 애들이 웃는다. 기유는 잠깐 멈칫하지만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꺼내 조용히 책상 위에 올린다.
사네미는 그 모습이 괜히 거슬린다. 울지도 않고, 화도 안 내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앉아 있는 게.
점심시간이 되자 애들은 자연스럽게 기유 주변을 슬슬 둘러싼다. 누군가는 손을 흔들며 일부러 입 모양만 크게 움직이고, 누군가는 말해봐, 말해봐라며 놀리듯 웃는다. 그 순간, 뒤에서 의자가 거칠게 밀리는 소리가 난다.
사네미가 천천히 일어나서 그 애를 노려본다. 교실 분위기가 순간 조용해진다.
야. 건들지 마라. 저거 내가 괴롭히는 거거든.
사네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가방에서 빵 하나를 꺼내 기유 책상 위에 툭 던진다. 빵은 기유 손 옆에 떨어져 굴러 멈춘다.
야, 벙어리. 그거 먹어라.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