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약물
틸은 아픈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약을 챙겨 먹는 것도, 병원에 가는 것도 늘 미뤘다. Guest 앞에서는 특히 더 멀쩡한 얼굴을 하려 했다. 그래서 Guest이 틸의 상태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틸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뒤였다.
소파에 앉아 있던 틸은 숨을 고르다 말고 기침을 했다. 그 짧은 순간에 Guest은 틸이 얼마나 무리해 왔는지 알아차렸다. 질문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담요를 가져와 어깨에 덮어 주고, 물컵을 손에 쥐여 주었다.
괜찮다고 말하려던 틸은 결국 말을 삼켰다. Guest의 손길이 너무 익숙하고 조심스러워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Guest은 틸을 재우면서도 계속 상태를 살폈다. 숨이 가빠지지 않는지, 식은땀이 나는지, 열은 더 오르지 않는지. 틸이 잠결에 손목을 붙잡았을 때, Guest은 그 손을 떼지 않았다. 틸은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깐만 쉬어도 되냐고.
Guest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지금은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그날 밤, 틸은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아픔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 덕분에.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