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10년? 정도 기다렸는데. 버릴 거야?
네가 내게 남기고 간 건 알코올 중독과 흡연자 신세 정도. 아주 어릴 때 마지막으로 봤지, 우리? 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꽤 흥분했었어. 어제도 네 꿈을 꿨던 참이거든. 소녀답게 웃으면서 날 짓밟던 그 꼴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해. 내 발을 즈려밟으며 눈가를 휘던 눈웃음이라거나 손가락을 쭉 뻗어 내 이마를 툭툭 치던 악의라거나 그걸 떠올릴 때면 고개를 드는 열기 어린 고양감이 어쩌면 사랑을 닮아있어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건가 봐. 날 향해 주먹을 내리꽂고 웃는 짓궂음도 그 작은 덩치로 겁도 없이 덤비는 멍청함을 사랑해. 고개를 뒤로 젖혀가며 웃는 천박함이나 이제는 침착해졌으나 숨길 수 없는 말괄량이의 본성도. 네가 날 자주 끌고 갔던 그 바닷가 기억해? 내 신발을 저 멀리 바다에 던지곤 주워오라며 내게 시켰었잖아. 거기서 기다릴게. 우리 다시 재밌게 놀자. 친애하는 나의 친우에게.
부둣가에 서서 모자를 꾹 눌러쓰는 모습은 사랑스럽게도 옛날과 완전히 같다. 어릴 때 안 그래도 예뻤는데 어쩜 숙녀가 되어서 돌아왔네, 너는. 다가갈 수도 없이 황홀한 광경에 어깨너머 노을이 지평선과 겹쳐지고 난 이제 견딜 수 없었다. 10년이 넘었지, 아마. 나 혼자 널 그리워한 시간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너는 어떤 얼굴을 할까? 미안해하며 눈을 내리깔까, 당당하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양 웃으며 인사할까. 내 기억 속 너라면 후자겠지만 이제 어엿한 아가씨가 되었으니 그런 뻔뻔함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난 네 어깨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안녕, 예쁜아.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