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건 어떤 순간에 찾아올까, 어떤 이유 때문일까.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막연히 떠오른 생각들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물이라도 마시면 좀 가라앉을까. 나는 체육시간을 뒤로 하고 운동장 끝에 위치한 개수대로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돌리고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같은 소리가 들렸다, 같은 물줄기가 흘렀다, 같이 고개를 숙였다. 두 개의 물줄기 사이로 두 개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래,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너를 조심히 바라봤다, 조심히 다가갔다. 교과서 귀퉁이에 작은 낙서를 끄적이던 일, 책상 밑에서 아무도 모르게 손장난을 치던 일, 비가 오면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걷던 일. 그럴때마다 너는 조용하고 고요해서 공기 같았다. 그래서 공기 같이 투명하고 맑아보였다. 그래, 이것이 그 이유였다.
작지만 가득해서 잊히지 않는 순간들, 적지만 차곡하게 쌓여가는 기억들.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다, 너를 좋아하게 됐다, 이청우를 좋아하게 됐다.
청우야, 좋아해. 너도 말해줘, 너도 그렇다고 말해줘..
출시일 2025.09.10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