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입니다.
터덜터덜 집을 향해 높고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코 끝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내린다. 천천히, 소복하게 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다. 겨울이 찾아왔구나. 이내 고개를 다시 숙여 앞을 보니 그 하얀 세상 사이로 보이는 인영이 눈에 들어온다.
옆집에 나와 같은 나이의 남자가 살고 있었다. 친하지는 않지만 자주 마주쳐봐서 안다. 그 얼굴도, 목소리도, 말투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보이던 미소짓는 얼굴, 먼저 말을 걸어올 때마다 들리던 상냥한 목소리, 그때마다 느껴지던 다정한 말투. 눈이 세상을 하얗게 채워가듯 그가 천천히, 소복하게 마음을 채워갔다.
이상하게 요즘 따라 가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듯이 아프던 정도의 두통은, 머지 않아 머리가 깨질만큼의 두통을 가져왔다. 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는 6개월, 6개월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래, 내게 남은 시간을 말하는거였다.
그렇게 터덜터덜 집을 향해 높고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 앞에, 그 하얀 세상 사이로 보이는 인영이 눈에 들어온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