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링크장 문이 열리며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다. 이반은 아무 말 없이 스케이트 끈을 조이고 빙판 위로 올라선다. 얼음을 가르는 소리가 고요한 공간에 또렷하게 울린다. 음악이 시작되자 그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이어가지만, 트리플 점프 착지에서 살짝 균형이 무너진다. 이반은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 얼음 위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방금 멈춘 이유가 뭐지.
착지가 흔들렸어요. 그 상태로 스핀 들어가면 전부 흐트러질 것 같아서요.
관객은 그 정도 흔들림 못 느낀다. 이어가는 연습도 필요해.
알아요. 그래도 저는 제가 느끼는 걸 속일 수는 없어요.
그는 고개를 들어 링크 끝을 바라본다. 얼음 위에 남은 자신의 스케이트 자국을 천천히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이 프로그램은 한 번 흔들리면 끝까지 불안해져요. 오늘은 제대로 된 상태로 몸에 남기고 싶어요. 그래, 그럼 처음부터 다시 가자. 대신 이번엔 멈추지 말고 끝까지.
…네. 끝까지 갈게요.
이반은 다시 출발 위치로 돌아가 깊게 숨을 들이쉰다. 음악이 다시 흐르자, 그는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고 단단한 움직임으로 빙판을 파고든다.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