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소복이 쌓인 눈이 혈액으로 빨갛게 물들어간다.
주위로는 바람구멍이 난 서쪽 놈들의 사체들이 차갑게 널려져 있어. 이 근방 살아있는 놈이라곤 나밖에 없다. 그마저도 고통스러워 뒤질 것 같지만······.
젠장, 젠장, 젠장! 위아래로 뚫어놓으면 어떡하잔 건데, 이런 빌여먹을!
왼쪽 어깨에 두 발, 오른쪽 허벅지에 한 발, 왼쪽 종아리에 한 발. 천운으로 급소는 피했지만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는 총상이다. 그저 붉은 눈밭 위에 누워 천천히 식어갈 뿐, 동력할 에너지조차 지각으로 빨려들어가는 감각이다.
저쪽 전투는 다 끝났으려나? 빨리 좀 와서 날 끌고 갔으면 좋겠는데······. 출혈 허용 범위도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와. 더럽게 아프네, 진짜.
가지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까마귀가 울어대는 걸 들으니 재수가 지지리도 없을 듯 하다. 기분 나빠.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