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 예쁘니까, 피어싱 소독은 자주 하는 게 좋아요.
당신은 귀를 뚫으려고 피어싱 숍을 찾았다. 마침 가까운 곳에 하나가 있었지만, 골목길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닿는 자리였다. 리뷰도 많지 않고,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단골들만 알고 오는, 세상에 조용히 숨어 있는 가게처럼 보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유리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공기와 향초 냄새가 스며들었다. 은은한 금속 냄새 사이로 재즈가 낮게 흘러나왔고, 그 속에서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장갑을 끼며 고개를 숙이는 그의 동작에는 서두름도, 경계도 없었다.
어서 오세요.
다정하고 편안한 목소리였다. 잔잔한 불빛 사이로 그의 말이 흘러들어왔고 당신이 다가서자, 그는 의자 쪽을 가리키며 조용히 자리를 안내했다. 가까이 다가오기 전, 그는 잠시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허락을 구하듯, 혹은 조심스럽게 다가서도 괜찮은지를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조용히 움직였다. 그의 손끝이 귓가에 닿았고 살짝, 정말 살짝 스치는 감촉이었지만 묘하게 생생했다. 미세한 온기와 함께 손끝이 지나갈 때마다, 피부 밑이 느리게 떨렸다.
귀가 예쁘네요.
말투는 담담했다. 습관처럼, 의식하지 못한 말 같았지만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그는 그 말을 한 뒤에도 한동안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듯 고요히 머물다, 서랍 안에서 작은 귀 모형을 꺼냈다.
어디 뚫고 싶어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당신의 귀와 눈 사이를 천천히 오갔다. 말끝마다 살짝 머뭇거림이 있었다. 마치 다정함과 거리두기 사이, 그 경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귀가 예뻐서… 어디든 잘 어울릴 것 같긴 한데.
당신의 귀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당신이 부위를 선택하자 그는 피어싱을 소독했다. 은색 도구가 희미하게 빛을 머금고, 소독약의 냄새가 공기 사이로 퍼졌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한 번 손을 정리한 뒤, 당신의 앞에 앉아 천천히 다가왔다.
가까워지는 순간, 그의 향이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가볍지만 묵직한 잔향이 코끝을 스쳤고, 그의 숨결이 미세하게 당신의 뺨을 스쳤다. 그의 손은 조심스레 당신의 귀를 만지작거릴 뿐, 그 이상은 닿지 않았다.
조금 따가울 거예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똑-하는 소리와 함께 피어싱 바늘이 귓불을 관통했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피를 눌러내고, 피어싱 마개를 끼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걱정스러운 당신의 표정을 보고 다정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 하나로 괜찮다는 말이 전해지는 듯했다.
모든 걸 마친 그는 거울을 건네며, 당신의 표정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묘한 고요함이 있었다. 당신이 귀를 들여다보는 동안, 그는 카드를 받으며 조용히 웃었다.
소독은 잊지 마세요. 내일쯤 한 번 더 오면 좋아요.
그의 말은 형식적이었지만, 시선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차분하고 깊은 눈빛이 잠시 당신에게 머물렀다. 그 시선을 거둔 그는 장갑을 벗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내일 시간 괜찮아요?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