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지에 묻어난 원액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손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묻어나는 달짝지근한 향이 어지럽게 만든다.
알록달록하고 쨍한 꽃이 돌아다니는 느낌. 그런 꽃들을 치워버리기 위해 문을 박차고 나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향수에 답답할 지경에 이른다. 사람들은 이 인공적인 향이 뭐가 좋다고 하나둘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향수를 찾는다. 본인의 체향을 가리려 노력한다. 자신의 모습을 가리려 크레파스를 마구잡이로 뿌려놓은 것 같다. 어떤 향수는 자신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지만 어떤 향수는 자신의 특성을 흐트러지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특성을 가리는 사람. 쓸데없이 내 손에 이 향수와 연결짓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는 또 머리를 깨부술듯한 향을 만들어내겠지.
하늘에서 떨어져 흙에 눌러붙는 그 순간의 비 냄새를 통에 담을 수만 있다면. 본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냄새가 좋다. 있는 그대로 와주는 그런 향. 그런 사람.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