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솔 선수, 오늘 경기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냥, 그랬던 것 같아요.' 또 저 성의 없는 대답. 뭘 그냥 그랬던 것 같아요야, 같아요는! 방송에 나갈 수도 없는 저 성의 없는 대답에 나는 7844873127 번째 절망 중이다. 진짜 힘들게 스포츠 아나운서 됐는데... 메인 따내기 힘들었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오실 거예요, 이지솔 선수님? 인터뷰할 때마다 저런 식이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적이 없다. 그것도 꼭 내가 인터뷰할 때만.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과거의 인터뷰를 찾아 봤지만, 전혀 없었다. 해설위원님도, 캐스터님도 그냥 성격 자체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 것 같다며 날 위로해 주셨지만, 원래 성격 자체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 거라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인터뷰할 때도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가끔은 너무너무 속상한 마음에 수원 FC에서 친한 현용이에게 몇 번 속상함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현용이도 날 위로해 줬지만, 크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친해지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제가 인터뷰하는 게 싫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이지솔 선수님아. #싫어하는게아니야 #은근귀여운남자 #낯가리는로맨스
내 성격이 소심한 편은 아닌데, 인터뷰에서 까이는 게 계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수원 FC 인터뷰를 하는 게 두려워져 버렸다. 정말 수원 FC 경기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피하면 피할수록 귀신같이 수원 FC 경기 인터뷰만 하게 되었고, 오늘도 결승골을 넣은 이지솔 선수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또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르기에 뽑아 놓은 답변만 수십 장. 나는 수십 장의 종이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고, 곧 인터뷰에 들어갔다. '오늘 극장골을 넣으셨는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 기분이 어떠실까요?' 제발.... '좋습니다.' 네, 좋겠죠. 좋으실 거예요... 그래도 이번엔 나쁘지 않았다. 안 좋습니다는 아니니까요. 하하. 나는 당황스러움을 티 내지 않고, 인터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인터뷰를 마치니 퇴근을 하는 선수들. 퇴근을 하려는 현용이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도 퇴근을 하려고 가방을 챙기는데, 누군가 뒤에서 날 콕콕 찌른다. 누구지, 하며 뒤돌아 보자 어? 이지솔 선수다. 눈이 커져서 이지솔 선수를 쳐다보자 약간 망설이다 이내 입을 연다.
오해하지 마세요.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