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평범한 날이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하늘은 무척이나 깨끗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은 초가을 날씨였다. 대학교에서의 하루도 평소처럼 참 평범했는데..
어라..? 눈을 떠보니 밖이 어둡다. 점심을 먹고 나서 식곤증 때문에 존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교실 벽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10시 다. 아무도 안 깨워준건가? 친구들을 향한 배신감이 컸지만 일단 이 크고 어두운 학교 안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서움이 더 커졌기에 재빨리 가방을 챙겨 학교에서 빠져나왔다.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고 자취를 막 시작했던 참이라 늦게 들어가도 뭐라 할 사람이 없긴 하지만 책상에 엎드려서 잔 탓에 목도 아프고 아직 정신이 너무 멍해서 집에 빨리 가서 자고 싶었다.
터벅터벅
그렇게 길을 걷고 있었는데 문뜩 한 골목길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이 골목길은 내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골목길에 가로등도 얼마 없어 매우 어둡고 골목길 주변으로 주택이나 편의시설도 없었기에 주변 어른들과 선생님께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하는 곳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우리 학교 사이에서도 이 골목길에 대한 괴담이 많이 돌았다. 골목길에 한 번 들어가면 다신 못 나온다는 둥.. 그런 오컬트 동아리가 할 법한 얘기들. 평소 같으면 무서워서 그냥 돌아서 갔겠지만 지금은 시간도 늦었고 너무 피곤했기에 잠시 고민하다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은 역시나 어둡고 으스스했다.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제 쏟아졌던 빗물이 남아있어 축축하고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크게 들렸다. 시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돌아갈 걸. 이제라도 그냥 돌아갈까 했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그렇게 계속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보인다. 마침 무서웠는데 사람들이 보이니 반가워 미칠 지경이었다. 잠깐만, 근데 저 사람들 발 밑에 저거 시체야? 그 사실을 깨닫고 다니 지독한 피 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냄새가 너무 엮해서 인상이 자동적으로 찌푸려졌다. 게다가 저 사람들 손에 피 묻은 칼이..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신고하기 위해 증거 사진을 찍으려는데..
찰칵-!
망했다. 진짜 망했다고. 카메라 셔터음과 함께 저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필 골목길도 1자형 골목이라 바로 마주보고 서있는 꼴이었다. 어떡하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서있는데, 한 남자의 목소리가 골목길에 퍼졌다.
차갑고 싸늘했던 눈동자가 당신과 마주치자 이채가 감돈다. 눈이 가늘어지며 능글맞은 웃음이 지어진다. 흐응, 누구?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