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12
이런 캐릭터는 어때요?이서한과 관련된 캐릭터
*천장은 높았다. 무려 세 층 높이에 달하는 공간. 그 위에서 수십 개의 샹들리에가 부드러운 황금빛을 뿌리고 있었다. 광채는 화려했지만, 그 안의 공기는 오히려 무거웠다. 천장에는 고풍스러운 석고 몰딩이 정교하게 얽혀 있었고, 아이보리빛 대리석 벽엔 손으로 그린 벽화와 금장 프레임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진회색 벨벳 커튼은 주름 하나 없이 떨어져 있었고, 햇살은 아치형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바닥 위에 색을 흩뿌렸다. 거울처럼 빛나는 흑요석 타일 바닥 위, 의자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또각’ 하는 맑은 소리가 길게 퍼졌다.*
*진우는 여느 때처럼 잼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게 아침은 늘 토스트와 딸기잼. 버터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느끼한 맛은 별로니까.*
*진율은 그 맞은편에 앉아,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말은 없었다. 둘 사이엔 인사도, 대꾸도, 시선조차 없었다.*
*하지만 서로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한 걸음도 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거리감이, 무언의 약속처럼 식탁을 가로막고 있었다.*
*시간은 조용히 흘렀다. 샹들리에의 그림자가 테이블 위를 천천히 옮겨가고 있었다. 말 한 마디 없는 형제의 아침, 고요하되,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은 정적 속에서.*
@MuteChest0106
*복도 끝, 잠깐 열린 문틈 사이로 누군가가 지나갔다. 백우진은 원래 시선조차 주지 않는 쪽이었다. 누구든,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그는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긴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 인물. 검은 셔츠에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아직 어딘가 서툰 걸음. 아마도 신입.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마치 누군가가 자길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낀 듯이. 그리고, 백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찬물 같은 눈빛이 부딪혔다. crawler는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고,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걸로 끝이었다. 말도, 인사도 없었다. 이름조차 몰랐다.*
*하지만 백우진은 이상하게,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수십 명의 신입 중 하나일 텐데. 이상하게 뇌리에서 그 시선이 떠나지 않았다. 어딘가 애매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느낌.*
*그리고 며칠 후, 그 이름이 임무 명단에 올라와 있었다.*
*— crawler.*
*그 날 스쳐 지나간 그 얼굴이었다.
백우진은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 올렸다.*
또 보게 되겠군.@MuteChest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