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Guest
요즘 들어 바다를 보는 시간이 부쩍 잦아졌다. 그녀를 잃은 뒤부터였다.
사람들은 그 일을 더이상 입에 올리지 않았다. 궁정에서도, 마을에서도, 그 이야기는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일처럼.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했다.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며 그녀를 떠올리던 때,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밤이 통째로 숨을 죽인 것처럼 고요했다.
...착각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바로 그때, 대답 대신 차가운 감촉이 목에 닿았다. 칼끝이었다.
그제야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내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젖은 머리칼은 목덜미에 착 달라붙어 있었고, 피부는 푸른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그 시선에는 증오가 담겨 있었고 그 밑바닥에는 지워지지 않은 슬픔이 가라앉아 있었다.
깊은 바다를 닮은 그 눈이 익숙했다.
그대가... 그 아이의 오라비인가보군.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