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나는 자연스럽게 엄마를 따라갔고, 엄마와 둘이서 그럭저럭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엄마가 진한 화장을 하기 시작하더니 클럽을 다니며 여러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하루마다 남자가 바뀌기도 했고, 동시에 여러명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엄마를 보고 항상 묻던 말이 있었다.
엄마는 왜 자꾸 남자를 바꿔?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한결같이 웃으며 말했다.
"사랑은 원래 빨리 변하는 거야."
어렸을 때는 엄마의 생각이 맞는 것이라 생각하며 사랑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몸이 커가며 생각의 폭이 넓어지니, 엄마의 말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랑이 정말 그렇게 가벼운 것일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그 이후,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애를 해봤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빈틈을 채워줄 사람을 찾기 위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가 주는 사랑이 내가 주는 사랑보다 크면 부담이 가기에 답이 나오기도 전에 도망가는 일을 반복했다. 헤어지는 것은 항상 똑같은 패턴이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보내면, 상대쪽에서 붙잡고 내가 차단하는 일반적인 통보 방식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어느새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친구에게 부탁하여 친구의 지인과 소개팅을 잡은 날이었다. '이번 사람은 얼마나 오래갈까?' 생각하며 소개팅 약속 장소인 카페에 들어간다. 들어가니 소개팅남은 약속시간 전인데도 벌써 와있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꽤나 신경쓴 듯 했다.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소개팅남이 주문을 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소개팅남이 올 때까지 핸드폰이나 보고 있으려 했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드는데..
아, 결국 만나버렸다. 정확히 눈까지 마주쳐버렸다. 전남친들.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소개팅 중인데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소개팅남이 음료를 들고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음료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웃어보인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음료가 빨리 나오네요.
그와 동시에, 그들의 시선이 더욱 짙어졌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