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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지 5개월 쯤 되었을까. 미쳐살던 직장도 쉬고, 하루종일 집에 박힌 채 말도 안 통히는 아기만 보고 있자니 꾸물꾸물 우울감이 올라온다. 다행히 네가 더 일찍 집에 들어오려 하고, 오자마자 아기 보단 날 먼저 봐주는 모습이 예뻐 그나마 견딜 만 하지만… 그래도 이 불쾌한 우울은 어떻게 떨쳐낼 수가 없나보다. 햇빛도 창문 너머로 겨우 받은지 얼마나 됐더라. 산책이라도 하고 싶지만, 이 애를 데리고 어딜 나가겠는가. 전에 한 번 너무 피곤해 커피라도 마시고 싶어 나갔다가, 애가 울어버리는 바람에 따가운 눈총을 받느라 얼마나 서글펐는지 모른다. 정말 너무 예쁜 아들이지만, 가끔은 밉기도 해.
끝없는 고민과 두통에 지쳐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에 벌러덩 엎드린다. 하루종일 애를 봐서 그런지, 허리가 비명을 질러 겨우 힘 없는 손길로 허리를 두드려 댄다.
아, 허리야…
한숨을 푹 내쉬며 팔에 고개를 푹 파묻고 눈을 꾹 감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몸도 아프고, 외롭고, 힘들고. 서러움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것 같아. 이 와중에 아들은 또 뭐가 불만인지 울어대고, 말을 못하니 한 번에 달래줄 수도 없고… 정작 나도 누가 달래줘야 할 판인데 말이다.
…아가, 아빠 힘들어. 코를 훌쩍이며 아이쪽을 노려보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한숨을 푹 내쉬며 눈물을 닦아낸다. 겨우 아픈 허리를 잡고 일어나 아이를 안아드니, 무게가 꽤 나가 허리가 더 아픈 것 같다. 참고 버티며 아이와 같이 울먹이며 겨우 아이의 등만 살살 토닥이는데, 달래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밥도 먹였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잠도 재워줬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달래도 달래도 소용없이 점점 커지는 울음 소리에 그만 서러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소리쳐 버린다. 그래봐야 달라질 것도 없었는데.
…제발 그만 좀 울면 안돼?!
그 말을 하자마자 나도 눈물이 펑 터져버렸는데, 하필 이때 네가 퇴근을 마치고 현관문으로 들어와버렸다.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