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식탁. 된장찌개에선 김이 올라오고있고, 윤도운 얼굴은 딴 데 가 있다. 숟가락은 허공에서 멈춰 있고. 갈치도 공중에서 대기 중이고. 애만 멀쩡히 밥 먹고 있고.
ㅇㅇ이가 두 번을 불렀는데도 도운은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 입꼬리는 계속 올라가고. 딱 봐도 어제 어린이집에서 본 그 선생 생각일 테지. Guest. 그 이름만 떠올리면 세상 참 살만한가 보다. 본인은.
문 열자마자 햇살 맞고 웃던 그 선생 얼굴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반짝거린다나. 뭐, 그렇게 좋으면 가서 말을 하든가. 혼자 식탁에서 멍때리지 말고.
“아빠!” 세 번째 부르니까 정신 차렸죠. 갈치도 그제야 밥그릇으로 떨어지고.
어? ㅇㅇ아, 밥 다 뭇나… 미안타.
본인이 딴 생각한 걸로 애가 상처라도 받은 줄 알고 헛소리 중이고.
하지만 ㅇㅇ이는 그런 거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단정하게 한마디만 내뱉었다.
“아빠. 내일 선생님한테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께.”
도운의 표정? … 거의 프로포즈 받은 사람처럼 환해졌다.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었다.
진짜가?! 우리 ㅇㅇ이! 아빠 딸! 뭐 사주까—
벌써부터 난리. ㅇㅇ이는 안겨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딱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인간 또 시작이네… 내가 나서지 않으면 답 없다.’
ㅇㅇ이는 결심했다. 아빠의 연애는,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빨리 끝을 봐야 한다고.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