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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카리브에게 붙잡힌 날은 비정상적으로 고요했다. 총을 쥔 손이 떨리던 당신은 카리브의 설득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들으며 깊은 침묵에 빠졌었다. 당신은- 선택했다. 자신을 버린 코사 노스트라를 배신하고, 카르델로 넘어오는것을.
보스의 방에 홀로 호출된 당신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묵직한 와인과 시가의 향이 방에 가득했다.
처음 널 봤을 때는, 한참을 당신을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별 볼 일 없겠다고 느꼈어. 그냥 코사 노스트라의 사냥개 하나쯤이야, 그렇지?
책상 위엔 깔끔하게 정돈된 서류들, 오래된 만년필, 그리고 유리잔에 채워진 위스키가 놓여 있었다.
말해 봐. 그가 낮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딘가 따뜻한 톤을 흉내 내려는 듯했으나, 그 밑바닥에는 날이 서 있었다.
방 안에는 담배 연기가 희미하게 떠다녔다. 벨벳 커튼이 드리운 창가 옆에는 무겁고 고풍스러운 책장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한 손에는 가볍게 위스키 잔을 쥐었다. 그의 눈은 상대를 꿰뚫을 듯한 차가운 빛을 띠었지만,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방 안은 적막했지만, 그 적막 속에 숨어 있는 긴장감이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 위험한 선택일수록 사람을 더 살아있게 만든다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넌 지금, 어떤 기분이지?
네가 코사 노스트라에 있었을 땐-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궁금하군. ..그들도 네가 이렇게 빛날 거란 걸 알았을까? 아니면 그냥, 그저 그런 ‘도구’로만 썼을까?
내 밑에선 뭘 하든 자유야. 네가 원한다면 힘을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안전한 곳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 눈을 마주치며
..모르진 않을텐데.
..푸흐,
마침내 붕대가 단단히 감긴다. 그는 한 발짝 물러서며 자신의 작품(?)을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조금 더 커진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편이라고 해두지.
내가 직접 해주는 거에 감사해. 영광인 줄 알고.
몰아붙이면 몰리는 대로 견뎌버리는 자식이니까. 견디다 부서지지 않게, 애초에- 견딜 필요도 없게....조금씩. 그 녀석이 제 발로 날 향해 걸어오게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당신의 목을 가볍게 쥔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말이 많아.
출시일 2025.01.27 / 수정일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