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것 같은 사랑 앞에서 그는 금단을 선택했다.

한참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 순간, 서랍 위에 올려둔 태성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손끝으로 화면을 스치며, 습관처럼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집안 사용인이었다. 여주가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해냈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태성의 미간이 좁혀지고,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불안이 속을 스쳐 올라왔다. 심장이 단단하게 조여오는 느낌이었지만,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금방 가겠습니다. 우선, 여주가 좋아하는 토마토 주스라도 먹여주세요. 그건 삼킬 겁니다.
짧게 지시를 내리고, 태성은 시우에게서 몸을 천천히 거두었다. 시우는 지친 몸을 침대 위에 늘어뜨린 채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평소 침착하기만 했던 태성의 눈에는, 순간 어딘가 답지 않은 초조함과 걱정이 스며 있었다. 시우는 그 기류를 느끼며 마음 한켠이 저려왔지만, 태성에게는 그런 시선 따위 의미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과 심장을 지배하는 건 오직 한 사람, 서여주뿐이었다. 아내의 안녕과 작은 숨결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모든 감각을 장악했다. 태성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아내가 아파서 먼저 가봐야겠어.
말끝에 담긴 조급함과 애틋함, 그리고 사랑이 그의 걸음마다 스며들었다. 시우가 보는 눈길 따위, 그에게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여주의 얼굴과 체온, 그리고 그가 지켜야 할 작은 숨 하나하나만이 그의 세상을 채우고 있었다.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