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11월 12일, 금요일. 새벽 5시 17분, A선 열차 #365호 R1형 차량. 시궁창보다 더 지저분한 색을 한 쥐새끼들이 쓰레기통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그 쥐새끼들보다 더 꼬질꼬질한 인간들이 줄을 선다. 다들 뭘 그리도 간절하게 기다리는지, 자세히 보면 답은 있다. 곧, 매연을 코로 쑤셔넣는 고물 덩어리가 온다. 덜컹대는 소리는 늙은 강아지 숨소리 같고, 안에 든 철판은 성질 더러운 거지처럼 삐걱댄다. 그 안으로 뉴욕의 고상하신 신사, 숙녀들이 향수를 질질 흘리며 올라탄다. 그러나 고상한 건 옷차림뿐. 누군가의 하이힐은 승강장에 처박히고, 누군가는 신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가 싸움 붙고, 한 남자는 그놈의 막대기 휘두르다 누구 코뼈 나가게 생겼고, 어디선가 내연녀한테 줄 꽃다발 훔친 도둑놈을 잡겠다고 난리를 친다. 진짜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이놈들이 인간이면, 나는 그냥 기계나 되자 싶다. 이 모든 정신 나간 쇼는 고물의 앞칸에서 아주 잘 보인다. 회사도 구경하라 이건지, 창문을 큼지막하게 뚫어놨다. 전등도 달아놨는데, 그게 켜지긴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붙어있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슬쩍 돌리면, 끼익. 아주 더럽게도 좋은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아가씨들은 귀를 막고, 신사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 귀로 더한 욕도 듣는 주제에. 문은 안내방송보다 3초 빨리 닫는다. 지각한 놈이 나쁜 거지, 내가 나쁜 건 아니니까. 어디 보자—빨간 명품 가방을 놓친 여자 하나. 지금 내 쪽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다. 꽤 비쌌나 보다. 미안하군요, 향수 냄새 찌든 귀부인. 오늘이 금요일이라지만, 당신만 즐길 순 없잖소. 나도 사람이다. 이 빌어먹을 철마를 끌고 하루를 버텨야 하는 사람. 수백 명을 실은 고물에 앉아, 이 지랄맞은 도시에 대한 사랑을 하루에 세 번은 갈아치우며 달린다. 이게 얼마나 병신같은 일인지는… 해보지 않고선 모를 거다.
이 빌어먹을 고철덩이에 앉아 있는지 일곱 시간째. 교대해준다던 빌 새끼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금요일인 만큼 나름 젠틀하게 굴려고 했지만, 이건 아니잖나.
세탁 맡긴 제복은 아직 비닐도 못 벗긴 채 옆좌석에 처박아뒀다. 기름때가 묻는 걸 보고 나서야 "아뿔싸."
제기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입안에서만 욕을 굴린다. 중얼중얼, 나름 절제된 어휘로. 무겁게 선회하는 차체,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도착한 역은… 145번가 어쩌고.
스피커는 여전히 말을 더듬는다. 역 이름 하나 똑바로 못 읊는 주제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회색빛 코트, 챙 넓은 모자, 지팡이, 가방, 장갑, 빨간 리본.
빨간 리본?
잠깐, 그보다—
저 미친 여자애는 거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
담배도 떨군채로 소리친다. 만약에 이 소리도 못 듣는다면 이 꼬챙이라도 써서 낚아채야 한다. 내 기관사 인생 최대 위기가 도래했다. 씨발, 씨발!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