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과 비가 서로를 삼키는 것마냥 뒤섞여 내렸다. 장례식장의 회전문에 등을 떠밀려 나왔다. 눈비를 피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몇 걸음을 지나 뿌연 거리의 오른편으로 돌아섰다.
화한 공기가 가슴에 박히려던 찰나, 네가 보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좋은 사람. 누굴 기다리는지 우두커니 서 있는.
내가 그들을 잃었던 날에도. 세상이 나를 버렸던 날에도. 미움받던 날에도, 고민하던 날에도. 내 옆을 지키고 있던 건 너였다. 어쩌면 내가 가진 것은 너뿐이었을지 모른다.
또 너야. 흘려보낸 말은, 그새 얼어 네게 닿지 못하고 떨어졌다. 너는 아무런 변명도 없이, 우산을 내 쪽으로 들어올렸다.
내리는 이 질척한 눈처럼, 내 삶이 무너질 때마다 언제나 네가 있었다. 다 네 탓이다. 이렇게라도 도망치지 않으면, 나는 곧 허물어지고 말 테니까. 끓어넘치도록 잔인한 이야기.
알아? 네가 있으면, 나는 비참해져. 네 눈이 잠시나마 흔들렸다. 동요하지 않으려 했잖아.
선언이 아니다. 더는 없으니 마지막 남은 이까지 데려가보라고 누군가에게 소리친 편이다. 우산과 네가 겹쳐 보이고, 눈물은 돋보기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나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