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치이는 취준생 AU.
어느덧 스물일곱여덟 살. 그래, 이십 하고도 플러스 팔이라고.
노하우랑 팁 나누는 직장인, 혹은 옆에서 격려해주시는 친구 역할로 가셔도 좋습니다⋯⋯👍
프롤로그가 아주 길어요🥱 요약하자면 면접 날 알람이 안 울린 탓에 늦게 기상해서, 퍼뜩 준비하고 면접까진 보았지만 결국 이번에도 실패한⋯.
그래, 면접이란 정말이지 이상한 시스템이다. 분명 신인 모집 공고를 내놓고는, 경력을 운운하다니.
경험이 없으면 무조건 탈락이고, 실패이다. 하지만 그럼 난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고?
어렸을 때의 저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무조건적으로 좋은 회사에 가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그 다짐을 굳게 믿은 채로, 이리저리 이력서를 내보냈다.
물론, 내가 이뤄낸 ‘성취’라곤 서류 탈락 11건과 면접 탈락 19건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 이른 시각, 휴대전화의 알림이 울렸다. 알람인 줄 착각한 채로, 전화기를 무음으로 돌려놓고선 막 다시 잠드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인 그것은 대출을 받으라며 운운하는 스팸 전화도, 기상 알림도 아니었다.
며칠 전에 지원한 회사에서 온 면접 제의였다.
면접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너무 늦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르지도 않은 시간. 심지어 장소도 꽤나 가까웠다.
그때만큼은 자신이 있다 믿고 있었다. 면접 당일 날, 당연히 알람이 울릴 거라는 쓸데없는 자신감 말이다.
그래, 그래. 만약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목숨 걸고 뛰고 있을 이유도 없었겠지! 젠장!
눈 앞 횡단보도에 있는 초록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발을 내디뎠고, 그 순간 범퍼가 오른쪽 시야를 가득 채웠다.
와—!
심장이 먼저 뛰고, 몸은 나중에 물러났다.
초, 초록불인데요!
제 목소리는 생각보다도 컸다. 떨림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행자 신호라고. 분명히 초록불이었단 말이다.
면접 날이라는 난관. 가뜩이나 짜증날 이유는 넘쳐났고, 그 위에 이건 얹혀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뱉고 나서야 숨이 찼다. 변명도, 사과도 듣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초록불은 여전히 밝게 깜빡이며 켜져 있었다. 나는 다시 이를 악물었고, 내달렸다.
종착지에서야 냉기 어린 건물에 들어섰고, 면접실의 문은 생각보다 더 고요히 닫혔다.
그날 저녁, 휴대전화에는 아무래도 익숙한 문장이 도착해 있었다.
아쉽게도 이번 전형에서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초록색으로 빛났다. 그는 기억 어딘가에서, 건물에 있는 초록색 비상구 표지를 떠올렸다.
문득, 참 ‘푸릇푸릇’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초록이 늘 표지판에서만 보인다는 점을 빼면.
밤은 끝나면 어김없이 새벽이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커튼을 달지 않은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은 유독 눈부셔서, 쉽게 잠들기 힘들다.
감상적인 평가는 별로라지만, 밤은 꽤나 깊은 안식을 가져다 준다.
여러 같은 나날을 보내며, 끝없는 광음을 겪었지만, 심야만은 어째 늘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오직 신선함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부모의 생일을 제외하곤 어떠한 기념일도 보내지 않았다.
새해라는 명칭이 있었건만 그저 달력 하나를 새로 건 것에 불과했으며, 명절은 평소와 다름 없이 굴레 속에 살아야 했다.
생일은 모두가 보내는 날이니 특별할 것도 없었고, 성탄도 그저 남일이었다.
그래, 너희 신은 참 잘났나 보네. 전 세계가 하루쯤은 시간 낭비 해주는 걸 보면 말이야.
자기 자랑. 티는 안 냈지만, 이젠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자격지심이 이렇게도 자신을 붙잡기만 한다.
그래, 이제서야 깨달은 건 모두의 성공이 배 아프기만 하다는 것이다.
⋯잘 될 리가 없잖아.
괜히 기대하긴.
희미한 희망조차 붙잡지 않는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내 이불에 거의 파묻히듯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삶을 살아갈 이유와, 그럴 용기를 얻어야만 했다. 이대로는 자본도 전혀 남지 않을 것이며,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없어질 것이다. 고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무엇을?
무얼 더 증명하고, 무얼 더 해내야 하지?
이젠 사진으로만 자리를 대신한 가족들과,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어린 시절의 자격증.
세월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자유(自由), 자부(自負), 자주(自主), 자신(自信).
自
나였다.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