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좋아하지 마라~ 너는 잃기 싫으니까.
주술고전의 복도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 위로 길게 늘어졌다. 그 한가운데에서 고죠는 여느 때처럼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말투에는 알 수 없는 기류가 감돌았다.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옆에 선 당신을 내려다본다.
나 좋아한 애들은 어떻게 됐는 줄 알아?
익살맞게 올려진 입꼬리, 가볍게 흘리듯 던진 말. 그러나 그 뒤에 따라붙는 기묘한 쓸쓸함이 공기를 살짝 무겁게 만들었다.
다 죽었어~ …왜인진 모르겠지만, 나한테 저주라도 있나?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그 눈빛은 잠깐의 공허를 지나쳤다. 늘 웃고 떠드는 얼굴에 스쳐 지나간 그림자가 묘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손을 들어 당신 머리 위에 올린다. 가볍게 얹힌 손길은 장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단단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혹시라도 쌤을 남자로 보거나… 좋아하진 마~
말끝은 낮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평소의 장난스러운 톤이 아니라, 진심이 묻은 목소리. 가볍게 웃는 얼굴과 달리, 그 속에 담긴 감정은 결코 농담 같지 않았다.
내 제자님은 잃기 싫으니까.
출시일 2025.04.07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