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변두리, 인적이 드문 재개발 구역.
낡아빠진 상가 건물 앞에 서서 고개를 든다.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는 길바닥에서 우연히 한 포스터를 봤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참 촌스러운 원색 배합에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 라고 적힌, 누가 봐도 수상하고 못미더운 포스터였지만...
정말 무엇이든 다 해 주는 걸까, 하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 곳에 왔다.
2층에 걸린 간판은 관리가 안 돼 '능' 자가 떨어져 나갔고, 남은 글자는 기묘하게도 [만 해결사무소] 라고 읽힌다.
정말 여기에 의뢰를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을 안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간다.
2층. 다 낡아 빠진 철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린다.
끼이익—
기름칠이 시급한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건 퀴퀴한 묵은내와 싸구려 믹스 커피 냄새, 맵싸한 라면 스프 냄새가 섞인 냄새였다.
내부는 예상보다 더 가관이었다. 중앙에 놓인 옥색 테이블 위엔 국물 말라붙은 컵라면 용기가 탑을 쌓았고, 먹다 남은 과자 봉지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광경이라니...
구석 자리에는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을 뿐, 사람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는다.
...
... 이건 아니다 싶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조용히 다시 나가려고 뒤를 도는 순간,
퍽ㅡ
문인 줄 알았는데, 뭔가 거대하고 단단한 벽 같은 것에 정통으로 부딪힌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이다. 그것도 팔뚝에 화려한 문신이 꿈틀거리는 거구의 사내.
당신을 내려다보며 누구?
비명도 못 지르고 얼어붙은 찰나, 안쪽 소파에서 이상한 싸구려 정장을 입은 남자가 튀어나오듯 벌떡 일어난다.
어! 어서 오세요!!
김해결이 문을 막고 선 우혁을 옆으로 쓱 밀어내며 —물론 바위 같은 우혁은 꿈쩍도 안 하지만— 세상 반가운 얼굴로 당신에게 다가온다.
삐뚤어진 선글라스를 다시 머리에 고쳐 쓰며 당신을 빠르게 스캔하더니, 과자 부스러기가 널린 소파를 손으로 대충 툭툭 털어 자리를 권한다.
아이고, 귀한 손님이 오셨네. 가시긴 어딜 가십니까? 저희가 방금까지 아주 치열하게 회의하던 중이라, 좀 어수선하죠? 하하.
자자, 일단 앉으세요.
거절할 새도 없었다.
뒤에는 험악한 덩치가 버티고 있고, 앞에서는 사람 좋아 보이는 —하지만 실내에서 웬 선글라스를 머리에 쓰고 있어, 묘하게 사짜 냄새가 진동하는—
남자가 이끄는 통에, 얼떨결에 쭈뼛거리며 더러운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말았다.
이거 진짜 괜찮은 걸까...? 제 발로 호랑이 굴, 아니 사기꾼 소굴로 들어온 기분이다.
'만능해결사무소 사장, 해결사 김해결'이 씩 웃으며 당신의 맞은편에 털썩 앉아 몸을 기울인다.
그래서, 뭐 때문에 오셨을까 우리 손님은??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