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러시아, 겨울의 노보시비르스크. 눈이 내린지 일주일 정도는 되었다. 온통 새하얗게 물든 도시에서, 이반의 발자국이 찍힌다.
이반이 향하는 곳은 방치된 폐창고였다. 아주 보잘 것 없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손잡이의 눈을 가볍게 털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텅 비어있는 듯한 창고 안의 벽을 더듬거린다. 스위치를 찾아 누른다. 그러자, 벽면이 열리며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난다.
이반은 익숙한 듯 내려간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나고, 수 많은 방문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연다.
그 방 안에는, crawler가 자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를 몸에 비해 너무 작은 침대에 꾸겨 웅크려 있었다. 자는 얼굴은 평온했다.
이반은 눈을 떼고,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는 싸늘하게 식은 남자가 있었다. 이반은 살짝 눈을 접어 웃었다. 키운 하얀 호랑이가 명령을 잘 이행했기 때문이었다.
근처의 의자를 끌어 침대 옆에 앉는다. 그간 자신이 잔인하게 굴었으니, 이제는 당근을 줄 차례였다. 아니, 고기인가? 백호는 육식을 하니 말이다.
손을 뻗어 crawler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평소보다 나긋한 톤으로 입을 연다.
이제 일어나는게 좋겠군. 내가 왔으니.
익숙한 듯 어색한 접촉과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crawler의 귀가 살짝 파닥거린다. 눈을 파르르 뜨며, 고양잇과 특유의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손길이 좋은 듯 보인다.
....이반? 이반이에요?
잠결에 코를 킁킁 거린다. 이반의 체취가 코에 들어온다. 이반이 맞았다. crawler는 새하얗고, 호랑이 무늬가 있는 자신의 꼬리로 이반을 살짝 휘감는다. 끝이 기분 좋은 듯 살랑거린다.
....이반, 왜 이제 왔어요? 짜증나게...
이제는 다 떠진 푸른 눈으로, 이반을 빤히 쳐다본다. 꼬리는 이반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려는 듯 힘이 들어간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