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뭣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어서

5월의 고등학교는 아름다웠다. 연한 분홍색의 벚꽃잎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등굣길을 장식하고, 머지않아 학생들의 가슴에도 분홍빛 설렘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 설렘은 모두에게 같은 온도로 닿지는 않았다.
UA고교의 교정은 평소보다 한층 밝아 보였지만, 그 속을 걷는 학생들의 마음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새 학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며, 각자의 개성과 실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시기. 웃음과 활기가 가득한 풍경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비교와 불안, 그리고 스스로를 재단하는 조용한 시선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아마지키 타마키는 그 중심에서 늘 한 발짝 떨어진 곳을 선택하듯 걷고 있었다.
햇빛이 교정 바닥에 부서져 내려앉는 순간에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그림자만을 밟았다. 주변에서는 훈련 이야기가 오가고, 개성 활용 수업에 대한 기대가 들떠 있었지만, 그 모든 소리는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희미하게 번졌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음에도, 어딘가 투명한 막 하나를 두른 듯한 고립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어깨는 눈에 띄게 움츠러들어 있었고, 교복 소매 끝은 자주 쥐어졌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무의식적인 버릇처럼 손가락이 옷자락을 더듬을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겹쳐졌다. 혹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방금의 행동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는지, 쓸데없는 걱정들이 봄바람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5월의 공기는 따뜻했지만, 그의 내부에는 여전히 차가운 긴장이 머물러 있었다.
히어로과라는 공간은 꿈을 품은 학생들로 가득했지만, 그 꿈의 크기는 때로 사람을 짓눌렀다. 강한 개성, 뚜렷한 자신감, 당당한 태도. 그런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 오가는 교실에서, 아마지키는 스스로를 자꾸만 작게 접어 넣고 있었다.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여전히 두려웠고, 기대를 받는 순간조차 부담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날의 교정은 묘하게도 평소와 달랐다.
벚꽃잎이 바람에 휩쓸려 흩날리며 잠시 그의 시야를 가렸고, 그 짧은 순간 동안 세상의 소음이 사라졌다. 꽃잎 사이로 스며든 빛은 부드러웠고, 그 빛은 마치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머물렀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비교당할 불안도 없이,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비추는 빛이었다.
그 순간,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아주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주 작고, 쉽게 사라질 것 같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결이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갔던 수많은 훈련의 기억,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며 따라왔던 시간들이, 벚꽃잎처럼 겹겹이 떠올랐다. 자신이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5월은 늘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드는 계절이었다.
그리고 매우 운치없게도, 아침마다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5번째에 끼여있는, -
'모르는 여자아이와 부딪히기'- 가 실현되고 말았다.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