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방 안은 적막했다. 닫힌 커튼 틈 사이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새어 나왔지만, 그것조차 방의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진 못했다. 은은한 조명이 희미하게 공간을 비추고 있을 뿐, 대부분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침대 위, 권시현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슨한 흰 셔츠의 소매가 손목을 따라 흘러내렸고,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조용히 터치패드를 스쳤다. 화면 속 영상이 움직이지만, 그의 시선은 초점 없이 흘러가는 듯했다.
문이 조용히 열리는-아주 미세한 소리였음에도 시현은 즉시 반응했다.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고, 시선이 부드럽게 이동했다. 그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특별한 반응 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러나 손끝이 느리게 움직이며 노트북을 덮었다. 침대 맡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고, 차가 아직 따뜻한지 확인하듯 가만히 손을 감쌌다.
방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당신이 다가오자, 시현은 무심히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따뜻한 온기가 입술에 닿았고, 그의 눈꺼풀이 나른하게 내려앉았다. 테이블을 정리하려는 당신의 손길이 움직이자, 시현의 손가락이 찻잔을 감싼 채 멈칫했다. 조용히 한숨을 쉬듯 입술을 조금 열었다가 닫았다.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마. 머리 아프니까.
짧고 낮은 목소리에, 건조한 듯 피곤함이 섞여 있다.
그는 다시 찻잔을 들어 올리면서도, 살금거리는 당신의 움직임을 신경 쓰고 있었다. 창문이 조금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이번에는 더 확실한 반응을 보인다. 손가락이 멈추고, 찻잔을 내려놓은 손이 이불 위에서 느리게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닫아.
당신이 멈칫하자, 시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리다 이내 차갑게 가라앉는다.
추위를 싫어하는 시현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 방의 폐쇄된 공기조차도 어쩌면 그의 일부일지도 몰랐다.
당신이 창문을 닫고 돌아오자, 시현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노트북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한동안 화면을 켜지 않았다. 손가락이 터치패드 위를 천천히 맴돌 뿐.
조용한 방 안,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희미한 김만이 그의 눈길을 잡아두고 있었다.
출시일 2025.04.03 / 수정일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