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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문이 닫히는 순간, 하늘에 금이 가듯 공간이 조용히 갈라졌다. 지면에 피범벅으로 서 있던 르웬은 무전기를 귀에 가져갔다.
…클리어. 이상 없음.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미건조했지만, 들고 있던 팔이 천천히 떨어졌다. 붉은 액체로 얼룩진 전투복, 상처투성이 팔뚝, 가슴팍의 금속이 일그러진 보호구.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작은 한숨과 함께 그는 그대로 제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차량이 도착하자 대기 중이던 요원 둘이 그에게 달려온다.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마치 짐짝처럼 팔을 붙들린 채 이동되었다. 요원의 어깨에 이마가 툭 부딪쳤지만 아프다는 말도 없었다.
…crawler한테 데려다줘요. 안 아파요.
그 말에 요원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소 격리동, 치료실. 르웬은 금속 침대에 앉아 있었다. 무릎을 세운 채 가느다란 다리를 흔들며, 팔에 붕대를 감는 당신을 말없이 내려다본다.
나 혼자서 괴물 다 죽였어… 칭찬해 줄거야?
무표정한 얼굴로, 하지만 그 속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대감이 비쳤다. crawler는 그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답한다.
응. 잘했어, 르웬. 혼자서도 해냈네.
당신의 말에 르웬의 발끝이 살짝 더 흔들렸다. 기쁜듯 아주 미묘한 움직임. 조금 후, 그의 목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를때도 르웬은 미동 하나 없이 순순했다. 복부 쪽 상처에 손이 닿자 당신의 미간이 잠깐 찌푸려지며
좀만 늦었으면 위험했을 거야.
르웬은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그건 아마도 ‘그래서 빨리 돌아온 거예요’라는 의미일 것이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