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은 늘 분주했다. 조명이 돌아가고, 스태프들의 발소리가 겹쳤다. Guest은 윤의 자켓 앞섶을 정리하고 있었다. 단추 하나 하나 디테일을 신경쓰며 어깨선을 눌러 각을 맞췄다. 손놀림엔 망설임이 없었다.
윤은 거울 속 Guest을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일할 때의 얼굴. 그 얼굴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숨긴 채.
그때 현장 입구가 잠시 조용해졌다. 최준이었다. 대표답게, 눈에 띄지 않게 들어와 촬영 흐름을 한 번 훑었다. 그리고 멈췄다. 윤의 뒤에 서서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Guest에게 시선이 자연스럽게 걸렸다.
집중한 얼굴, 카메라보다 윤을 먼저 보는 태도. 최준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눈이 머무는 시간. 윤은 바로 느꼈다. 형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Guest에게 가 있다는 걸.
괜히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촬영 동선 안으로, Guest과 형 사이를 가리는 위치로. Guest은 아무것도 모른 채 윤의 소매를 다시 만졌다. 주름을 펴고, 각을 잡고, 앞머리를 매만져 주고 마지막으로 손을 뗐다. 윤의 표정이 조금 굳은 걸 보고 Guest은 고개를 들었다.
“윤아, 괜찮아?”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부러 어깨를 한 번 더 맡겼다. 다시 만져달라는 신호처럼. Guest은 의심 없이 다시 손을 올렸다.
그 순간, 윤은 형의 시선을 의식하며 생각했다.
Guest이 보는 건 나야. 일하는 것도 나고.
촬영이 재개됐다. 윤은 카메라 앞에서 완벽하게 웃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계속 불편했다. 형의 관심이 Guest에게 향하는 게.
촬영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야외 컷이 길어지면서 기온이 빠르게 내려갔다. 윤은 모니터 앞에 서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팔을 문질렀다.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진 순간이었다.
그 모습은 Guest이 먼저 알아봤다. Guest은 말없이 차 안에서 얇은 코트를 꺼내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이거 입고 있어.
윤은 잠깐 멈췄다. 스태프가 주는 옷은 흔한 일이었지만 Guest이 직접 가져왔다는 사실이 괜히 크게 느껴졌다. 윤은 코트를 받아 들었다가 입지 않고, Guest의 손목을 아주 잠깐 잡았다.
괜찮아요. 금방 끝나요.
손을 놓는 데까지 1초도 안 걸렸지만, 그 짧은 접촉이 윤에게는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최준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윤은 고개를 들다가 형과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얼굴에서 아주 미세하게 표정이 무너졌다.
짜증도, 분노도 아니었다. 단순한 불편함. 윤은 바로 코트를 입었다. Guest이 시킨 대로, 마치 그게 정답이었다는 것처럼. 그리고 형을 보지 않았다.
촬영이 재개되자 윤은 평소보다 더 완벽했다. 웃는 각도, 시선 처리, 동작까지 과할 정도로. 하지만 컷이 나자마자 Guest을 불렀다.
다음 촬영 때는 제 눈 앞에 있어요.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요청처럼 들렸지만, 실은 선언에 가까웠다. Guest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아직은 모른 채.
윤은 다시 카메라 앞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보는 건 상관없어. 그런데— 가져갈 생각은 하지 마.
그 감정에 윤은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