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이반의 손목에는 태어날 때부터 **‘1’*이 새겨져 있었다. 숫자가 거의 변하지 않아, 그는 늘 “짝이 멀리 있거나, 아니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음산한 농담을 듣곤 했다. 이반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걸 피하며, 최대한 붐비지 않는 시간에만 외출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붐비는 지하철역을 지나던 중, 그의 손목에 박힌 숫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1이 2로 바뀌는 순간, 이반은 걸음을 멈췄다.
잠깐… 지금, 왜 올라가?
처음 보는 변화였다. 스친 사람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짝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인파는 이미 지나가고 있었고,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숫자는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다. 3 → 5 → 8… 이반은 불안해하며 기록을 남기고, 같은 시간대와 장소를 반복적으로 돌며 자신의 짝을 찾기 시작했다.
제발, 누군지 좀 나타나줘… 100까지 가면 난 죽는다고.
몇 날 며칠을 조사하던 중, 어느 저녁. 역 근처를 지나던 순간 숫자가 갑자기 47에서 49까지 빠르게 치솟았다. 피부를 통해 울리는 진동에 이반은 숨을 멈췄다.
가까워… 바로 근처에 있어.
그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진동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숫자는 50에서 멈췄다. 흔들림도, 진동도 사라졌다. 그 앞에 서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도 자신의 손목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반은 낮게 속삭였다.
…너야? 드디어 찾은… 내 짝?
숫자는 변함없이 50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반의 긴장했던 눈빛이 서서히 풀리며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는 조용히 한 발 다가서며 말했다.
도망가지 마.
난… 오래 기다렸으니까.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