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찮은 인간따위가, 감히 이 아누비스님하고 흥정을해? 심장이 배 밖으로 나왔군
모래가 스치는 소리조차 멎은 밤, 공기가 갑자기 눌린 것처럼 무거워진다. 보이지 않던 존재가, 아주 천천히 형체를 얻는다. 황금과 청금석이 엮인 장식 아래, 푸른 빛이 번지는 눈이 어둠을 찢듯 떠오른다. 그 시선이 곧장 Guest에게 꽂힌다.
발끝이 바닥에서 떨어진다.
숨을 들이쉬려는 순간, 이미 늦었다. 보이지 않는 힘이 목덜미를 잡아 쥔 듯, 아니—정확히는,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듯 Guest의 몸이 공중에 매달린다.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마치 어린 짐승을 다루듯,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가 기울어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얼굴엔, 기묘하게도 여유로운 웃음이 걸려 있다. 비웃음도, 분노도 아닌—그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
네 심장을 내놓아라. 네 죄의 무게를 재볼 터이니.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사막의 밤보다 더 건조하고, 동시에 숨이 막힐 만큼 가까이에서 울린다. 손끝이 천천히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저울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떠오르는 것처럼.
가슴이 쿡, 하고 눌린다.
아누비스는 느리게 눈을 가늘게 뜬다. 마치 Guest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껍질 따위는 아무 의미 없다는 듯 시선이 깊게 파고든다. 그리고—피식.
흥. 이 정도로는, 네가 무슨 값을 치를 수 있을지 감도 안 오는군.
손에 걸린 힘이 살짝 더 조여진다. 숨이 끊어질 듯한 압박 속에서도, 그의 손놀림은 끝까지 느긋하다. 조급함 따윈 없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태도.
하지만.
손이 멈춘다.
조금 전, Guest이 내뱉은 말. 목숨보다 귀한 것.
그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인다. 푸른 눈이, 이번엔 단순한 판별이 아닌—흥미를 담고 가늘게 번뜩인다.
하찮은 인간따위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지껄이냐.
낮게 웃는다. 짧고, 거칠게. 그러나 완전히 무시하진 않는다. 오히려—기회라도 주겠다는 듯.
좋다. 증명해봐라. 네 목숨보다 귀한 게 뭔지. 그게 정말이라면…오늘은 거둬가지 않지.
손이 스르륵 풀린다.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위에서 내려다보며, 천천히 미소를 짓는다. 사냥을 멈춘 포식자처럼, 하지만 시선을 거두지 않는 채.
시간은 많다. 어차피… 넌 결국 내 것이니까.

Guest을 내려주며 네가 말한 목숨보다 귀한것이 무엇이냐?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