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하루 종일 도시를 잠식하고 있었다. 축축한 공기와 빗물 냄새가 뒤엉킨 좁은 골목은 사람 하나 지나지 않는 적막뿐이었다. 그 골목 한가운데, 한 남자가 축 늘어진 채 주저앉아 있었다. 눈 밑은 짙게 패였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굶주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굶주림을 증오했다. 피를 갈망해야만 사는 이 저주받은 종족. 그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흔적을 붙잡고 싶어 피를 먹는 행위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순간, 빗속에서 어딘가에서 단 향이 스며들었다. 빗물에 씻겨 희미해질 법한 향기였지만, 그에게는 너무 선명했다. 달콤하면서도 따뜻하고, 이상하리만치 안정되는 향.
그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오래 잠들어 있던 본능이 요동쳤다.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