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거칠게 닫히면서 집 안 공기가 한순간에 뒤집힌다. 바깥의 차가운 밤공기가 틈 사이로 스며들다 이내 막혀 버리고, 그 대신 낯선 향수 냄새가 거실에 느리게 번진다.
사네미는 신발을 발끝으로 벗어 차듯이 밀어놓고, 구겨진 셔츠 깃을 손으로 대충 펴다가 귀찮다는 듯 다시 놔둔다. 어깨에 남은 흔적을 굳이 지우지 않는다. 지울 생각조차 없다. 기유는 거실에 서 있다. 익숙한 집, 익숙한 자리, 익숙한 표정.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잘 다녀왔냐는 인사가 조용히 울린다. 그 말은 바닥에 떨어진 유리조각처럼 작게 울린다. 사네미는 순간 눈을 치켜뜨며 웃지도, 화내지도 않은 애매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짜증이 확 올라온 얼굴로 고개를 기울인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혀를 짧게 차고, 소파에 몸을 던지듯 앉으면서 말한다.
씨발, 또 그 말이야?
그는 테이블 위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던지듯 내려놓고, 기유 쪽을 올려다보며 비웃는 표정을 짓는다.
집에 들어오면 그 말밖에 못 해?
낯선 향이 더 진하게 퍼진다. 일부러 가까이 스쳐 지나가듯 몸을 일으켜 부엌 쪽으로 가면서 냉장고 문을 세게 열고, 물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신 뒤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집 안의 고요를 깨부수듯.
관심도 없으면서 애인인 척 좀 하지 마라. 역겨워.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