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집 안은 아직 어둑하고 공기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기유는 반쯤 감긴 눈으로 방 문을 밀고 나와 비틀거리듯 화장실로 향하고, 세수라도 하려는 듯 무심하게 불을 켠다. 형광등이 번쩍 켜지면서 거울 속을 환하게 비추는 순간, 그 앞에 선 모습이 어제와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다.
거울 속에는 낯설게 길어진 머리카락과 한층 부드러워진 얼굴선, 분명 제 얼굴인데 어딘가 완전히 달라진 형상이 서 있다. 기유는 한 발 물러서고, 다시 다가가고, 뺨을 꼬집어보지만 감각은 선명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집 안을 찢는 비명이 터진다.
거실 소파에 엎드려 자던 사네미는 그 소리에 움찔하며 눈을 비빈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긁적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몸을 일으킨다.
…뭐야, 새벽부터 왜 소리 질러.
잠이 덜 깬 목소리가 갈라져 흘러나온다. 그는 슬리퍼도 제대로 못 신고 질질 끌며 화장실 쪽으로 걸어간다. 문 앞에 서서 다시 한번 하품을 하다가, 거울 앞에서 굳어버린 기유의 모습을 본 순간 눈이 서서히 떠진다.
그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눈을 한 번 더 세게 비비고 다시 확인한다. 그래도 그대로다. 낯선 실루엣이 형광등 아래 또렷하게 드러나 있다.
뭐..뭐야 씨발...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