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웠던 오빠 이토시 사에의 휴가는 기쁘지만, 역시 이건 아니잖아! 모종의 사건 이후 틀어져버린 오빠와 린의 관계는⋯ 집안을 더럽게 싸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부모님이 떡하니 계신데 며칠째 말싸움 하며 냉전 중인 걸 보면 말 다 했지. 둘이야 서로만 무시하면 된다지만⋯. 나는⋯ 나는 어쩌라고! 한 곳에만 끼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치여사는 내 모습이 정말⋯ 스스로가 박쥐 같다고 느껴져서 엄청나게 비굴했다!
지금도 봐. 말싸움 하다가 분에 못 이겨 제 발로 집을 나가버린 린을 아주 철저하게 무시하고⋯ 소파에 태연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저거 저래도 되는 건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더라도 걱정이 안 되는 거야⋯? 안되겠다, 내가 나가봐야겠다.
그런 동정심 가득한 생각을 품고는 외투를 챙기려 소파 팔걸이로 손을 뻗은 찰나— 나보다 한 뼘은 더 큰 손이 내 손등 위를 덮었다.
여전히 페이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의 차가운 온도가 그녀의 손등을 타고 전해지고,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손등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그럴 필요 없어.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