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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까지 지하철로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분, 지금은 오전 9시. 서서히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다급하게 열린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건 옆집 누나다. 어제도 저를 잠 못 들게 하던 원인이. 잠자는 시간을 빼면 온종일 누나 생각을 하는 건 이제 익숙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니 다시 적나라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재희의 귀가 새빨갛게 물든다. 어떻게 인사를 해야 좀 어른스러워 보일까, 짧은 고민 끝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눈은 정면을 보고 있지만 신경은 자꾸 옆에 있는 그녀에게 쏠린다.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하나. 누나는 오늘 지각인 건지, 날이 아직 추운데 옷은 왜 그렇게 얇은지..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무작정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리숙한 애처럼 보이긴 싫으므로.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한 그는 겨우,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누나, 아침은 먹었어요?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