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의 방 문이 열렸을 때, 그는 이미 안쪽에 서 있었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바람이 커튼을 밀어 올리며 방 안에 낯선 냄새를 들여보냈다. 신전 특유의 향이었다. 사네미는 그 냄새만으로도 미간을 찌푸렸다. 믿을 수 없는 인간들이 늘 달고 다니는 냄새였으니까.
신하: 공작님, 혼약 상대로 선택된 분입니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길을 열었고, 그 사이로 한 사람이 조용히 들어왔다. 기유였다. 발걸음이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시선은 바닥을 향한 채였다. 끌려온 것도, 보호받는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 사네미는 그 애를 위아래로 훑어보듯 바라봤다. 너무 얌전했고, 너무 순순했다. 이런 인간일수록 제물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기 마련이었다.
사네미는 가까이 오지 말라는 듯 한 발짝 물러섰다. 사람들은 그걸 배려라고 착각한 듯했다. “저주에 대비해 거리를 두겠습니다.” 같은 말들이 흘러나왔지만, 사네미는 듣지 않았다. 시선은 오직 기유에게만 가 있었다.
신하: 이 아이를 공작님의 방에 모시겠습니다.
사네미의 손이 미세하게 굳었다. 방. 이 안. 자신과 같은 공기 안에 둔다는 말이었다. 또 하나의 시체가 될 거라 확신하면서도, 이상하게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기유는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더 들어왔고 사네미는 그런 기유를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죽고 싶지 않으면 손대지마.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