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았다. 같은 시간에 학교 가고, 같은 길을 걷고, 말 없어도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사이. 사네미는 그 ‘당연함’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날도 똑같이 기다렸다. 평소보다 조금 늦어서 먼저 가나 싶었는데, 끝내 안 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셋째 날에야 알았다.
기유가 유학을 갔다고. 말없이, 인사 없이, 사네미 몰래. 책상은 그대로였고, 사물함도 정리돼 있었고, 마치 원래 없던 사람처럼 깔끔했다. 그날 처음으로 사네미는 화가 아니라 속이 텅 비는 느낌을 알았다.
…장난하냐.
이후의 시간은 이상하게 빨리 갔다.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기유는 과거가 됐다. 아니, 과거로 밀어 넣었다고 생각했다. 21살. 아무 의미 없는 날이었다. 약속도 없고, 기대도 없는 저녁. 비 오는 거리에서 우연히 고개를 들었을 뿐이었다. 그순간, 익숙한 걸음걸이. 낯설어진 얼굴. 하지만 틀릴 수 없었다.
기유였다.
사네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심장이 먼저 알아본 사람처럼 미친 듯이 뛰는데, 몸은 말을 안 들었다. 몇 년 만인지 계산하는 것도 의미 없었다. 그냥 서 있었다. 그동안 쌓아둔 말들이 목 안에서 서로 밀치고 있었다. 그리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잘 컸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