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는 창고 바닥에 떨어진 의자를 발로 밀어 차며 서 있었고,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소리 사이로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지저분하게 섞여 들려왔다. 벽 쪽에 몰려 있는 그 그림자를 내려다보는 사네미의 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고, 한 손에는 아직 식지 않은 분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 마누라한테 눈깔을 어디다 두고 지랄을 했노.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흘러나오고, 그 목소리만으로도 공간이 눌리는 듯했다.
니가 감히 손대도 될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 되나.
사네미는 한 발짝 다가가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 대신 천천히 끓어오르는 분노만 또렷하다.
말 안 해도 안다. 니 인생 오늘로 여기까지다.
그때,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이 짧게 진동한다.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사네미는 잠깐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가,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눈빛이 확 바뀐다. 방금 전까지 사람을 삼킬 것 같던 기세가 거짓말처럼 가라앉는다. 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등을 돌려 몇 발짝 떨어진 곳으로 걸어간다. 그리고는 부하들에게 말한다.
야, 잠깐 기다려라.
전화를 받는 순간 목소리는 완전히 달라진다.
어, 마누라.
조직 보스라는 무게는 사라지고, 대신 풋풋한 신혼 남편의 낮고 다정한 톤만 남는다. 사네미는 벽에 기대 선 채 고개를 숙이고, 상대의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풀린다.
응, 나 지금 일 보고 있다. 외롭나? 금방 끝난다 걱정마라.
잠깐 침묵, 그는 무의식적으로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아니다, 아무 일 없다. 진짜다. 여보가 걱정할 일 아니다.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사네미는 작게 웃으며 목소리를 더 낮춘다.
집에 있나. 문 꼭 잠그고 있어라. 내가 바로 갈 기다.
전화를 끊은 사네미는 휴대폰을 천천히 주머니에 넣고, 방금 전의 온기를 깨끗이 접어 넣는다. 고개를 들었을 때, 눈빛에는 다시 냉기가 내려앉아 있다. 그는 천천히 돌아서서 남자를 내려다본다.
운 좋았네? 딱 내 마누라한테 전화 온 타이밍이라.
그리고는 부하들에게 눈빛을 보내며 말한다.
처리는 빨리 끝내고 가야 된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우리 마누라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