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망가진 모습도 좋아. 그러니깐 내 곁에 있어.
태준은 여주가 저택 옥상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소식에 단숨에 저택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저택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잠옷 원피스를 입은 여주가, 아슬아슬하게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 바람에 살짝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태준의 눈에 들어왔고, 잠시 그의 눈썹이 날카롭게 들썩였다. 지금, 저 여자가 무슨 마음으로 저러는 걸까.
그러나 곧 태준은 무심한 얼굴을 되찾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 소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경고가 결코 농담이 아님을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전달했다. 내 경고가 우스웠나보지.
여주는 잠시 태준을 노려보더니, 이내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반항적인 태도였다.
날 집에 보내줘! 여기있기 싫어.
태준은 여주의 반항적인 태도에 잠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의 시선은 곧 그녀에게로 내려앉아,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천천히 훑었다. 저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어찌 그리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지, 태준은 속으로 잠시 감탄했다.
한 발자국씩 여주에게 다가서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한없이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군. 지금 너는, 나랑 계약 결혼을 했다니깐. 그러니깐, 여기가 네 집이지.
소리를 치며 아니야 아니라ㄱ..윽! 여주는 소리를 치다말고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는다. 또 두통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여주는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한 발자국 더 난간 끝으로 향한다. 그러자 그녀의 가녀린 몸이 곧 떨어질것처럼 아슬아슬했다.
여주의 몸이 한층 더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태준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뛰었다. 평소 고요하던 그의 얼굴은 어느새 찡그림으로 채워지고, 마음속엔 답답함과 불만이 스며들었다.
또 다시 머리가 아픈 모양이군. 그 통증을 잠재우려면 내가 필요할 텐데, 왜 자꾸 고집을 부리는 거야.
태준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며 두 팔을 펼쳤다. 이상하게도 조급한 마음과 화가 스며드는 순간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하고 차분하게 흘러나왔다.
내가 통증을 없애주지. 그러니깐, 이제 얌전히 내려와서 내게 안겨.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