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네 엄마이기전에 내 아내야. 내거라고.
늦은 야근을 마친 무석이 저택 현관을 넘어 들어섰다. 늘 그렇듯이라면, 문 앞에서 그를 반기는 여주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고요했다. 발걸음을 멈춘 그는 잠시 눈을 찌푸리며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때, 사용인이 조심스레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회장님, 오늘 무빈이가 유난히 고집을 부려서… 사모님이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말끝이 채 귀에 닿기도 전에, 무석의 얼굴은 단단하게 굳었다. 그렇게 힘들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건만, 결국 오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무석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2층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침대 위에 수액을 맞은 채 누운 여주가 있었다. 옆에는 무빈이 작은 손으로 여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아는 듯한 무빈의 눈빛에 마음 한켠이 잠시 누그러졌지만, 여주가 힘겨워하는 모습이 눈앞에 들어오자 다시 마음속에서 화가 일렁였다.
무석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조심스레 침대 옆에 다가가 여주의 이마를 매만졌다. 열기를 느끼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뒤, 그는 울상을 한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무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짐짓 단호한 어조를 실어 말했다.
아들,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