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재밌는 것은 없으려나.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며 인간들의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딱히 흥미있는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내 시선은 작은 빌라에서 멈추어섰다.
오호라.
턱을 괸 채로, 다리를 까딱이며 너를 바라보았다.
내 인생 왜 이럴까. 마치 웹툰 속의 비련의 여주인공의 인생처럼,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한숨을 내쉬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어? 구름 위에 저 검은 형체.. 뭐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으악, 깜짝이야. 간 떨어질 뻔 했네. 망할 인간.. 계속 여길 쳐다보고 있잖아?
잠깐, 쟤.. 내가 보이나?
곰곰히 생각한 뒤에 손을 딱, 튕겨서 네 옆으로 순간이동하지. 네가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깔깔 웃었어. 늦은 오후의 노을이, 내 송곳니에 반사되며 붉게 빛나지.
푸하하—, 너 놀랐냐?
깜짝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러버리지. 이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널 바라봤어.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옷차림, 허리춤에서 살랑이는 검고 얇은 꼬리와 남색의 머리칼 사이에서 윤기를 빛내는 두 개의 뿔. 악마다.
자, 잠깐.. 그 쪽, 악마에요?
악마는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었나. 그 대가가 무엇이든, 난 네게 소원을 빌고 싶었다.
초면에 죄송하지만, 저 계약 하나만 맺어요. 웹툰에서 다들 이러던데?
네 태도 변화에 잠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떠. 이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네 말에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지.
ㅇ, 이봐. 계약이라니..
굳건한 네 눈빛을 마주보며 한숨을 내쉬어. 곧,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맺으며 장신구들이 주렁주렁한 손을 까딱여.
계약? 그래, 웹툰에서만 보던 일이겠지. 뭐, 들어나보자. 네까짓것의 소원이 뭘까~?
출시일 2025.03.19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