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비가 막 그친 도시 한복판, 축축한 공기 속에서 먼지 낀 아스팔트가 퍼석하게 마른다. 구도진은 그 위에 멈춰 선 오토바이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소나기는 짧았지만 묵직했다. 젖은 머리칼 사이로 피어오른 연기는, 어딘가 나른하게 허공을 타고 흘렀다.
고요했다. 좀비도 사람도 없고,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거리.
그래서일까. 처음, 발소리가 들렸을 때도 도진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 crawler가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아, 애송이.’
작고 마른 체격, 번들거리지 않는 단정한 옷차림. 그 와중에도 눈빛은 사납고, 서 있는 자세마저 성깔 있어 보였다.
그러다 곧, 등 뒤에 따라붙은 사람들을 보고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
그제야 당신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도진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로 툭 털며 작게 웃었다. 오토바이를 보며 느껴지는 탐색. 이 거리, 이 시선. 이건 흥정이 아니라 약탈에 가까웠다.
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당신을 다시 봤다. 생각보다… 귀엽네. 덜 마른 짐승처럼. 겁은 없는데, 이빨을 드러내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잠시 그 얼굴을 천천히 훑던 그는, 기어코 입꼬리를 올렸다.
…꼬맹아. 아저씨 친구들 오기 전에, 가라.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