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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 쨍한 형광등 아래로 실험도구들이 어지럽게 깔려 있었다. 유리 비커, 스포이드, 시약병… 익숙한 것들이었지만, 오늘따라 전부 위험해 보였다. 뭐라도 터질 것 같은 기분은 기분 탓일까. …아니, 내 짝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조가 됐다. 선생의 무작위 추첨이라는 최악의 시스템 덕분에.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 녀석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crawler. 비커를 두 손으로 진지하게 들고, 엉뚱한 시약을 조심스레 들이붓고 있었다. 조심스럽단 말은 붙일 필요 없겠다. 방향부터 틀렸다. 아까 분명히, 이거 말고 이거라고 했을 텐데.
나는 그 애를 빤히 바라봤다. 시선을 느끼지도 못 하는 걸 보니, 눈치란 것도 출석부에서 결석 처리된 듯하다. 그대로 내버려뒀다. 어차피 몇 초 안에 결과는 알아서 드러날 테니까.
…그리고, 역시나. 콧속을 찌르는 시약 냄새에 뒤이어, 수상한 김이 비커 위로 피어올랐다. 투명한 공기 속을 짙게 흐리는 그 연기. 교과서엔 없던 반응이다. 이건 아마 교과서도 예상 못 했을 거다.
…너, 진짜 실험 처음 해보냐.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