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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조용했다. 어디선가 적막을 삼킨 듯, 새벽의 공기는 눅눅하고 무거웠다. 햇빛은커녕 희미한 가로등 불빛마저 비에 젖어 번지고 있었다. 창밖은 흐릿했다.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간간이 스쳐가는 전광판, 우산도 없이 뛰는 사람 하나 없이 텅 빈 보도, 그리고 우리 앞엔 길게 뻗은, 아무도 없는 도로가 있었다.
운전석엔 그 녀석이 앉아 있었다. crawler, 세 달 전 이 조직에 들어온 신입. 그 말도 안 되는 월급이 아니었으면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거라는 녀석. 지금은 내 옆에 있다. 운전대 위로 얹은 손은 지나치게 긴장해 있었고, 속도는 느리고, 차선은 자꾸 흔들린다.
정말로… 대체 이놈이 사람 하나를 죽일 수는 있는 걸까.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임무는 간단하다. 정해진 시각, 정해진 장소, 정해진 타깃. 하지만 이 단순한 미션에 변수는 하나 있다. 저 멍청한 놈.
처음부터 불안했다. 기록은 엉망이고, 실전 경험도 없다. 첫날엔 총을 반대로 잡았다. 그런 놈이 지금 정치인 하나를 암살하러 가고 있다. 내가 옆에 있어도, 그건 그리 위로가 되지 않는다.
속도 좀 올려.
빗소리만이 창문을 두드리며 고요한 적막이 흐르던 중, 무심하게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솔직히 너무 느렸다. 도로에 차 하나 없는데, 이 속도로 가다간 늦을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6